맛집정보
산 첩첩 물 겹겹 강원도 화천땅은 그저 멀게만 느껴졌던 곳이다. 그런데 바로 얼마 전부터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7월 15일 밤 10시 ‘60번 서울~춘천 간 고속도로’가 개통된 것이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강일IC를 기점으로 55번 대구~춘천으로 이어지는 중앙고속도로 춘천JCT(분기점)까지는 약 62km, 40분이면 주파가 가능하다. 종전에 이용했던 폭 좁고 신호 많은 국도에 비하면 격세지감이 들게 되었다. 그만큼 이제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가평, 춘천, 화천권의 명산들은 당일치기로 보다 쉽게 다녀올 수 있는 산으로 다가선 것이다.
화천을 대표하는 명산 용화산을 위시해 병풍산이나 죽엽산 산행길도 새로 개통된 60번 고속국도를 타면 훨씬 편해지게 되었다. 춘천IC로 나온 다음 46번 국도로 갈아타고 북상, 소양6교를 건너 꼬부랑 고갯길을 오르면 춘천시와 화천군의 경계점인 배후령에 쉽게 닿는다. 이렇듯 화천을 오갈 때면 반드시 거치게 되는 도시가 춘천이다.
‘물을 한껏 머금은 투명 수채화 같은 도시 춘천’이라고 했다. 언제나 낭만과 추억을 안겨주는 도시 춘천이라는 지명에는 대표적인 음식 두 가지, 막국수와 닭갈비가 늘 따라 붙는다. 춘천
이 막국수의 본산지가 된 까닭은 영서지방에서 생산되는 메밀 제분의 중심지였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원래 추운 지방 티베트가 원산지인 메밀이 한반도에서는 북쪽 지방 사람들의 음식재료였는데 한국전쟁 이후 북녘의 많은 실향민이 춘천으로 이주, 정착하게 된 것도 간과할 수 없는 하나의 배경이겠다.
막국수는 본래 겨울음식이다. 화전민이나 산간농민들이 긴 겨울밤 간식이나 야식으로 즐겨 먹었다. 그러한 음식이 지금은 여름철 별미로 많이 먹는다.
여름에는 무더위로 체력소모가 많아지고 입맛도 떨어진다. 그래서 예로부터 여름철에는 떨어지는 체력과 입맛을 돋우는 음식들을 골라 보양(保養·補陽), 보신(補身)이라는 이름의 음식으로 즐겨 먹었다. 삼계탕이 그 대표적인 음식이겠고 춘천막국수도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여름철 보양음식의 반열에 들어 가 있다.
메밀은 다른 곡물에 비해 단백질 함량이 매우 높다. 그래서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는 메밀을 아기들에게 이유식으로 먹인다. 한편 밀이 주식인 유럽 사람들은 단백질을 보충하는 수단으로 밀가루에다 메밀가루를 섞어서 빵을 만들기도 한다. 그만큼 메밀이 갖고 있는 식품으로서의 가치가 높다.
면발을 뽑아서‘막’삶아 아무 때나‘막’먹을 수 있는‘막국수’. 춘천에는 300여 개나 되는 막국수집이 띄엄띄엄 시가지 곳곳 어느 곳에나 산재해 있다. 그러므로 화천의 산을 오가는 길에는 반드시 막국수집 한 곳에 들러볼 일이다.
샘밭막국수 ‘일편단심 민들레 할머니’의 40년 한결같은 정성
춘천에서 46번 국도를 타고 소양강을 건너 배후령으로 넘어가는 길목, 춘천시 신북읍 천전리(샘밭)에는 세상에 크게 알려져 있는 막국수집 몇 곳이 문자 그대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이곳까지는 55번 중앙고속국도 춘천IC에서 12시 방향, 북향으로 46번 국도에 올라서면 금방 닿을 수 있다. 46번 국도 구간은 시원하게 달릴 수 있는 자동차 전용도로다.
60번 고속국도가 개통된 지난 얼마 동안은 이 지역 막국수집들의 식탁은 빌 틈이 없어 밖에서 기다리다가 겨우 식탁을 차지하는 난리통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신북읍 천전3리, 이곳의 마을 이름이 ‘샘밭’인데 이곳 삼거리에는 천하에 큰 명성을 떨치고 있는 ‘샘밭막국수(033-242-1702)’가 지금 바쁘게 손님들을 맞고 있다. 후덕한 인심의 창업주 최명희(崔明姬·75) 할머니는 39년 전인 1970년 지금의 영업장 바로 앞쪽, 작은 규모의 허름한 가게에서 처음으로 막국수집을 열었다고 한다. 그해가 막내 아들, 지금의 2대 대표 조성종씨가 태어난 해라고 한다.
딸 둘, 아들 둘을 낳아 살기가 무척 어려웠는데 이웃 마을 사람들이 자신이 차려내는 막국수를 즐겨 먹게 되어 생계의 방편이 되었다는 할머니는 즐겁게 웃으신다. 바쁜 농사철에는 가게 문을 열지 않고 주로 농한기인 겨울에 장사를 했다고 한다. 긴긴 겨울밤 마을 사람들이 내기 화투인 ‘뻥치기’를 하고는 한밤중에 막국수를 먹으러 찾아오거나 배달 주문을 하는 것으로 짭짤한 수입을 올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40년간 장사를 해 오면서 손님들과 입씨름 한 번 한 적 없다는 할머니를 두고 동네 사람들이 할머니에게 붙여 준 별명이‘일편단심 민들레’라고 한다.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손님들에 대한 할머니의 지극정성은 변함이 없고 막국수 맛 또한 변화가 없다고 한다.
‘식당개 3년에 라면을 끓인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는 마당에 40년을 차려 낸 할머니의 막국수 맛 품평을 한다는 것은 대단한 결례이겠다. 이름깨나 날린다는 현지의 술꾼들은 할머니가 기장으로 담근 막걸리와 동동주 맛이‘끝내준다’며 즐겨 찾는다는 소문이다.
“장사는 후덕하게!”를 40년간 영업방침 제1호로 삼아 왔다는 할머니는 “장사가 어디 이윤만인가요?”라고 한다. 그래서 수익금 일부를 강원도 사회복지 공동모금회에 월 단위로 기부하고 있는‘착한 가게’로 선정되어 있다. 매년 음력 5월 5일 단오날에는 취떡을 만들어 손님들에게 대접하는 사은행사를 베풀고 있다. 산에 다녀오는 산꾼들에겐 음식값 외로 자신이 담근 막걸리를 자랑삼아 접대하는 것이 마냥 행복하다는 할머니다.
몇 년 전 지금의 영업장 새 건물을 지으며 2대 조성종 사장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자신의 가업을 3대로 이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러자면 100년 앞을 내다보며 건물을 지어야 할 것이며 영업도 그러한 바탕 위에서 해 나가야 한다는 다짐을 했다는 것이다.
웬만한 배우를 능가하는 출중한 미남 조성종 사장이 뜨거운 주방 한편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열심히 메밀국수를 뽑아내는 모습이 무척 아름답게 보였다. 막국수 5,000원.‘샘밭막국수’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막국수체험박물관’도 있다.
통나무닭갈비 소양호 가는 길의 ‘으뜸음식점’
소양호 가는 길, 춘천시 신북읍 천전리 길가에는 참으로 아름답게 잘 지은 건물의 통나무닭갈비(033-241-5999) 집이 지나는 객들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보기 드물게 강원도가 지정한 으뜸음식점인 만큼 믿고 들어가서 음식을 먹을 만한 집이다. 업주 김형우(55) 사장이 외식업계에 뛰어든 것이 30년을 넘겼고 ‘통나무닭갈비’집도 1993년에 열었다니 이제는 17년의 전통이 쌓인 업소다.
춘천지역이 축산업, 특히 양계업이 성했던 것은 춘천이 닭갈비로 유명해 질 수 있는 요인이 되었다. 따라서 춘천닭갈비는 그 맛과 양에 비해서 값싼 음식으로 알려졌고 ‘대학생갈비’ ‘서민갈비’로도 불린다. 그리고 전국 각지의 젊은이들이 군복 차림으로 춘천에서 이 음식을 접하게 된 것도 춘천닭갈비가 전국적으로 큰 명성을 얻게 된 요인 중 하나이겠다. “춘천에 가면 닭갈비는 먹고 와야지” 하는 것은 아주 당연한 귀결이다. 닭갈비 8,500원.
파로호횟집 ‘물 반 고기 반’ 파로호반의 쏘가리·산천어 전문점
강원도 화천땅은 전쟁과 평화를 떠 올리게 하는 고장이다. 한국전쟁을 떠 올리게 하는 파로호, 베트남전쟁을 되씹게 하는 땅 오음리가 그러하다. 조금만 더 북쪽으로 올라가 보면 ‘평화’라는 이름의 댐이 쌓여 있다. ‘평화의 댐’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남북 대치에서 북쪽으로부터의 수공(水攻)을 막겠다고 높이 높이 쌓아 올린 댐이다.
파로호는 1944년 일제가 대륙 침략을 목적으로 만든 인공호수다. 한국전쟁 중이었던 1951년 4월 19일부터 5월 20일까지 한 달 동안 파로호에서 국군 6사단과 해병대 1연대 장병들이 UN군의 지원을 받으며 중공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이 전투에서 중공군 3만여 명의 병력이 파로호 속으로 수장되었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져 내려오는 전사(戰史)가 있다.
당시의 이승만 대통령은 직접 이곳을 시찰하고 적을 크게 물리친 호수라는 뜻으로 파로호(破虜湖)라는 휘호를 내렸다.
평화의 댐을 쌓기 이전, 파로호는 ‘물 반 고기 반’으로 낚시꾼들의 천국이었다. 서울에서 이곳까지 낚시꾼들을 수송하기 위한 정기노선버스가 하루 두 편이 있었다니, 당시의 명성을 잘 대변해준다. 지금 파로호 물가 구만리에는 7개 업소가 영업을 하는 파로호횟집타운이 있다. 이들 업소 중 파로호횟집(033-442-3123)을 찾아 들었다.
식탁에 자리를 잡고 보니 통유리 밖으로 파로호가 펼쳐져 있다. 넓은 강폭 건너편으로는 평화의 댐, 동남에 솟아 있는 해산(1,194m)으로부터 우측으로 두류봉(430m), 병풍산(796m)이 한눈에 들어온다.
업주 김기호(56)·홍성숙(53)씨 내외는 2대째 이곳을 지키며 살고 있다. 이들 부부가 들려주는 ‘파로호와 물고기’에 얽힌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웠다. 이 집안 2대가 살아온 내력은 바로 파로호의 역사같이 느껴졌다. 쏘가리는 시세, 산천어(1kg·회,매운탕) 3만5,000원.
유촌막국수 용화산 팬이면 반드시 이 집 단골
대한민국 국민 중 60세 전후의 남성들 상당수는 화천군 간동면 ‘오음리’라는 지명을 잘 알고 있다. 1960~1970년대 베트남전쟁 한창이던 시절, 당시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다. 그때 참전했던 장병들은 그 누구든 이곳 오음리를 거쳐야만 했다. 이곳에서 훈련을 받았다는 뜻이다. 그런 사연으로 이곳 죽엽산 자락에는 ‘베트남참전용사 만남의 장’을 조성해 놓았다. 전시실을 둘러보고 당시의 전투 상황들을 영상물로 볼 수가 있다.
바로 이곳, 간동면 면사무소 정문 바로 맞은편에는 30명이 겨우 앉을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전형적인 시골마을식당 ‘유촌막국수(033-442-5062)’가 있다. 이 식당은 이미 많은 산꾼과 깊은 인연이 닿아 있는 집이다. 화천을 대표하는 용화산(878m)을 위시, 화천의 산으로 산행하는 사람들이 면사무소 넓은 마당을 주차공간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하산길에는 자연스럽게 ‘유촌막국수’로 모이게 되고 막걸리 한 잔을 걸치게 된다고 한다. 집주인 임윤정 할머니가 차려내는 막국수는 차림도 수수하고 맛도 소박하다. 빛깔 짙은 양념이 보이지 않는다. 막국수 5,000원.
작은 식당 유리창 밖, 면사무소 지붕 너머로는 병풍처럼 펼쳐진 병풍산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면사무소 정문 옆 한쪽에는 한국전 용장 중 한 사람인 백공 박기병(白公 朴基丙) 장군의 공덕비가 세워져 있다. 박기병 장군은 대구주둔 제5관구 사령부 사령관(육군 소장)으로 재직 중이던 1960년 경북학생산악연맹의 부회장으로 추대 받아 대구의 학생산악운동을 크게 도와주었다.
부안막국수 “춘천서 이 집 모르면 간첩이지요”
조금은 오래전 이야기다. 춘천에 거주하는 산친구들을 춘천에서 만나면 객의 의향은 물어보지도 않고 아주 당연한 일인 양, 시내 후평동에 있는 ‘부안막국수(033-254-0654)’ 집으로 안내했다. ‘부안막국수’는 음식맛도 맛이지만 고색창연한 한옥 기와 건물에 좁은 마당을 뒤덮고 있는 나무들이 나그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금은 주변의 높은 아파트 건물 숲속에 외딴 섬처럼 남아 있지만 그래도 옛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신호등에 길이 막히고 시간이 걸리는데도 많은 분들이 계속 찾아주신다”며 고운 얼굴, 활짝 웃는 모습의 상냥한 업주 홍인숙(55)씨는 그저 고맙기만 하다고 한다.
춘천에서 나이가 드신 분이라면 이 집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오죽하면 “그 집을 모르면 간첩이지요” 할 만큼 유명하다. 막국수(5,000원), 쟁반국수(2인분 8,000원) 말고도 총떡, 빈대떡, 메밀부침, 도토리묵 등 부담이 되지 않는 음식에 술안주로 좋은 보쌈도 먹을 수 있다.
메밀촌 “막국수 말고 송이닭갈비도 유명하답니다”
춘천IC 나들목 강원도 지방공무원교육원에서 남쪽으로 지척인 만천리 외곽도로 사거리에 있는 메밀촌(033-256-0053)은 60번 고속도로가 개통된 7월 중순부터 몰려오는 손님들로 얼이 빠지게 되었다고 한다. 막국수와 닭갈비 두 가지를 다 차려내는 업소라 손님이 많을 수밖에 없겠다. 특히 ‘메밀촌’의 닭갈비는 강원도 자연산 송이버섯과 능이버섯이 들어간 ‘송이닭갈비’로 크게 소문이 나 있다. 100명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규모에 주차공간도 넉넉하다.
메밀촌닭갈비 8,500원, 자연산송이닭갈비(300g) 1만2,000원, 메밀싹막국수 5,000원, 자연산송이막국수 8,000원.
춘천에서는 해마다 ‘춘천막국수 닭갈비축제’를 개최한다. 2009년 축제는 8월 26일(수)부터 31일(월)까지 춘천시 삼천동 수변공원과 시내 업소에서 열린다. 8월 12일(수)부터 14일(금)까지 3일 동안은 서울 청계광장에서도 열린다.
소양예술농원 소양호 건너 공연이 펼쳐지는 별천지 캠프
파란 잔디가 깔린 넓은 야외 공연장에서 굿판이 벌어지고 때로는 오케스트라가 연주되기도 한다. 또 어느 날에는 잔잔한 실내악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시 낭송회가 열리기도 한다.
소양댐에서 배편으로 건너면 5분이면 닿을 수 있는 곳 ‘소양예술농원(033-242-4555)’의 한 풍경이다. 춘천시 북산면 청평리 486-1. 찻길이 없는 육로 산길로 걸어가면 4시간 이상 걸어야만 하는 물가의 깊은 산속인데 소양호 선착장에서 전화하면 농원에서 금방 배를 갖고 나온다. 농원을 조성, 운영하고 있는 최인규 촌장이 손님을 반갑게 맞는다.
들어가면 농원에는 언제나 농원 식구들과 농원을 찾아온 손님뿐이다. 문자 그대로 별천지다. 잠을 잘 수 있는 시설을 갖춰 놓았기에 하룻밤 머물며 산악회 단합대회장소로 이용하기에도 안성맞춤이라는 것이 농장 안주인 이정주씨의 설명이다.
한여름 오후 매미들의 우렁찬 합창을 들을 수 있는 캠프, 그리고 모터보트를 타고 소양호를 유람도 할 수 있다는 것! 여름 산행길, 소양예술농원에서만 누릴 수 있는 아주 별난 즐거움, 별난 체험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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