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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맑은 공기 산 속을 거닐 듯… 산책로 같은 카페 `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1.02.17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2099
내용

다방, 커피숍, 카페… 이곳의 공통점은? 차를 마시며 쉬거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 수많은 전설이 오가고 이상과 이념이 충돌하고 문하과 지성을 논하며 대중문화를 이끌었던 공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1960년대에서 70년대의 지식인들은 다방에서 문학을 얘기했고 80년에서 90년대의 학생과 회사원들은 커피숍에서 사랑과 우정을 키웠다. 그리고 2000년대 들어서는 여가문화로 카페가 자리 잡았다. 요즘은 조금 더 진화해 웰빙과 접목한 카페가 인기를 얻고 있다.

향긋한 차 한잔과 함께 여유와 건강까지 찾을 수 있는 곳을 소개한다.
아름다운 정원이 실내로 들어왔다

수원성곽이 능선을 굽이굽이 휘감고 있는 팔달산은 비록 도심 속의 낮은 산이지만 동서남북으로 시야가 확 트여 수원 시내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많은 이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팔달산 산책길을 느릿한 걸음으로 즐기다 보면 정원 카페 '뜰'을 만날 수 있다. 싱그러운 나뭇잎사귀를 연상케 하는 경쾌한 간판에 이끌려 입구로 향하면 앙증맞은 화분들이 빠끔히 고개를 내밀며 먼저 인사를 건넨다.

이곳에 처음 오는 사람들은 실내에 들어서는 순간 과장을 살짝 보태 여기가 식물원인지, 어느 부잣집 앞마당인지 고개를 살짝 갸우뚱하게 될 것이다.

동글동글한 자갈 위로 징검다리처럼 납작 엎드린 돌을 하나씩 밟고 건너면 정사각형 벽돌로 채워진 바닥이 나오는데 그 주변을 정원 데크가 감싸면서 산책로처럼 부드럽게 동선을 잡아준다.

벽을 따라 물 흐르듯 빙그르 둘러진 화단에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연상케 하는 아라오카리아서부터 겐차야자, 보스톤 고사리 등 온갖 식물들이 넘치도록 무성히 자라고 있다. 테이블 사이마다 놓인 화분들은 확 트인 공간을 적당히 구분해 주면서 아늑한 느낌까지 가져다준다.

적당한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아 한숨 돌리고 나면 '쪼로롱 쪼로롱' 끊임없이 말을 건네오는 애완조와 졸졸졸 흐르는 연못 속 물고기도 눈에 들어올 것이다. 두루 살펴보니 분명 잘 가꾼 정원이 맞는데 고개를 들면 푸른 하늘이 아닌 나무결 천장이 버티고 있다.

하늘을 대신한 나무결 천장이 자연스러움을 한껏 살려냈다면 그 자연스러움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것은 빛. 낮에는 사방으로 탁 트인 유리창을 통해 태양빛이, 저녁에는 천장에서 돋아난 커다란 꽃송이 사이로 길게 뻗은 조명등이 그윽한 빛의 파동을 일으킨다.

웰빙과 카페를 접목시킬 수는 없을까?

지난해 7월 문을 연 이 곳은 방송 리포터 출신 윤희영 씨가 구상하고 손수 꾸민 카페다.
"방송을 하면서 전국 방방곡곡은 물론 외국의 아름다운 곳, 맛있는 음식, 좋은 것들을 보고 체험할 기회가 많았어요. 그러면서 요즘 트렌드인 웰빙에 대한 관심도 남들보다 높아졌어요"

웰빙 느낌을 살린 카페를 구상한 그녀는 자연을 실내로 고스란히 옮겨온 정원 카페를 컨셉으로 잡았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카페를 꾸미면 분명 남들도 기쁠 거라 생각했어요. 내가 좋아하는게 무얼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자연이 아닌가 싶더라구요. 풀 냄새, 나무 냄새, 싱그러운 숲 속은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그러는 중에도 처음부터 변하지 않았던 그녀만의 원칙이 있었다. 어떠한 카페를 열더라도 연못과 새는 빠지지 않을 것.

"좋은 공기와 좋은 차를 마시면서 귀로는 좋은 소리를 들으면 더욱 편안하고 즐겁지 않을까…, 건강에 좋은 것을 줄 수 있는 장소를 만들기로 결심했을 때부터 변치 않은 계획이었어요"

윤 씨는 자신이 생각했던 느낌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전문 인테리어 업체의 손을 빌리지 않고 서툴지만 직접 카페를 꾸몄다.

양재동 꽃시장에 들러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도 직접 보고 고른 뒤 손수 화단에 심었다. 자갈 한 알, 벽돌 한 장을 구할 때도 발품을 팔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직접 시공을 고집했다.

각각의 개성이 돋보이는 테이블과 의자도 정원에 어울리는 제품이면서 물이 닿아도 괜찮을만한 것들로 골랐다. 나무결 천장에 덧칠해진 은은한 느낌의 페인트는 친환경 페인트를 골라 마음에 드는 색이 나올 때까지 조합을 거듭한 끝에 얻어낸 색상이라고.

그 때문일까? 작은 컵 하나부터 카페 구석구석 윤 씨의 손길이 안 닿은 곳 없는 '뜰'은 공간마다 정성이 그득히 담겨있다는 느낌과 함께 편안함이 전해져온다.

"식물에게도 감정이 있어요"

'뜰'에는 관엽식물을 중심으로 나무와 꽃, 풀 등 약 100여종 이상의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웬만한 사람들이 아는 식물은 다 있다고 봐도 좋아요. 정확히 몇 그루나 있는지 세어보려고 시도도 몇 번 했었는데 중간에 지쳐 포기하고 말았어요"

그렇지만 이 중에서도 그녀가 애착을 가지는 식물은 따로 있다. 물과 햇볕을 좋아해 금방금방 자라나는 '보스톤 고사리'가 바로 그 주인공.

"푸릇푸릇한 색도 예쁘고 분수처럼 잘 자라서 귀여워요. 자라난 줄기가 땅에 묻혀 다시 또 자라나는 끈질긴 생명력(?)도 매력적이고요. 무엇보다도 포름알데히르를 제거하는데 제일 효과가 좋은 식물이래요. 우리 카페의 효자 식물이라고 할 수 있죠"

그녀는 식물 가꾸는 일을 애완동물 기르는 일에 비교한다.
"물을 하루 이틀 늦게 주면 녀석들이 토라져있다는 느낌이 와요. 이파리에 생기가 없고 축 쳐져 있죠. 그러다가도 시원하게 물을 뿌려주면 잎사귀를 반짝반짝거리면서 마치 저에게 '고마워요'라고 말하는 것 같아요. 비록 말은 못하지만 얼마든지 동물처럼 길들일 수 있고 교감할 수 있답니다"

'뜰'에서 맛볼 수 있는 차들도 일품인데 정원 카페답게 자연의 향기를 머금은 향긋한 허브차와 꽃잎차가 많다. 장미꽃잎을 그대로 말린 장미꽃잎차나 테이블 위 유리포트에서 물이 끓어가는 동안 서서히 꽃이 피는 아름다운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 '꽃이 피는 국화차'와 '꽃이 피는 재스민차'를 추천한다.

"가끔 음식은 없냐고 물으시는 손님들이 있는데 좋은 화초를 들여놓고 음식 냄새가 퍼지면 자연이 좋아 오는 손님들에게 피해가 되잖아요. '뜰'에서는 향기 좋은 차와 좋은 공기만 대접하기로 했어요"

아직도 윤 씨는 틈틈이 다른 카페들을 돌아보며 벤치마킹에 열중하고 있다. '뜰'을 보다 편안하고 아름다운 휴식처로 가꾸기 위해서다.

"차를 마시는 잠깐이라도 자연을 음미하며 편안히 쉬었다 갈 수 있는 곳, 자연과 소소한 이야기들이 있는 공간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가을의 초입에서 누군가와 팔달산을 걸으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다 지치면 '뜰'(031-255-4521)에 들러 향긋한 차 한잔과 함께 삼림욕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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